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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

감정은행계좌

by 선한 농부 2022. 6. 9.

우리 모두는 은행계좌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은행에 계좌를 만들고 이를 통해 예입을 하며 필요할 때 인출할 수 있도록 잔고를 남긴다. 감정은행계좌란 인간관계에서 구축하는 신뢰의 정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것은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가지는 안정감이다.

만약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해 공손하고 친절하며, 정직하고 약속을 지킨다면 우리는 감정을 저축하는 셈이 된다. 그러면 그 사람이 우리에 대해 갖는 신뢰가 높아지기 때문에 우리는 필요할 때마다 그러한 신뢰에 의지할 수 있다. 또 우리가 실수를 한다 해도 감정 잔고인 신뢰 수준이 높기 때문에 이것이 실수를 상쇄할 수 있다. 신뢰가 높은 경우 커뮤니케이션이 분명치 않아도 상대방은 우리가 전달하는 의미를 알아챌 것이다. 이들 역시 우리에게 '말 때문에 화를 내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신뢰의 정도가 높아지면, 즉 감정 잔고가 많으면 의사소통은 쉽고 즉각적이며 효과적이 된다.

그러나 다른 사람에게 불친절하고, 무례하고, 말을 막고, 과민반응하고, 무시하고, 독단적이며, 신용 없고, 위협하고, 나아가 실력 없이 뽐낸다면 우리의 감정은행계좌는 잔고가 바닥나거나 적자가 된다. 이렇듯 신뢰수준이 매우 낮아질 경우 우리는 어느 정도의 여유와 융통성을 가질 수 있을까?

상호간에 신뢰가 없을 때 융통성이란 전혀 없다. 마치 지뢰밭을 걷는 것과 같아서 말을 할 때마다 사소한 것까지 모두 조심해야 한다. 우리는 하는 말마다 재면서 해야 한다. 따라서 늘 긴장해야 하고 모든 것을 메모로 남겨 자신을 보호해야 하며 등 뒤에서 일어나는 술수를 방어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많은 조직이, 가정이, 부부관계가 이러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만일 신로의 잔고가 지속적인 예입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혼생활은 악화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 사람 사이가 어쩔 수 없이 함께 사는 동상이몽의 독립적 생활 스타일을 갖게 되고 그 관계가 더 심화되면 부부 사이에는 적대감과 방어책만 등장한다. 결국 투쟁 아니면 도피식 대응인 말다움, '쾅' 하고 문을 닫는 것, 대화 거절, 감정적 위축, 신세 타령 등이 계속된다.

이렇게 되면 집안에는 냉전이 시작되고 부부관계는 단지 아이들, 섹스, 사회적 압력, 그리고 주위 체면 때문에 지탱될 뿐이다. 이 같은 관계는 법정에서의 공개적 싸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법정에서 끊임없이 자기 배우자의 죄악을 털어놓음으로써 수년 동안 자존심 상하는 쓰라린 싸움이 계속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은 부부 사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친밀하고, 풍요롭고, 즐겁고, 만족스럽고, 나아가 생산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관계이다. 생산/생산능력이라는 등대 같은 움직이지 않는 원칙이 바로 부부 사이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이 등대에 부딪쳐 파괴할 수도 있고 이 등대가 우리를 안내하고 유도해 주도록 활용할 수도 있다.

결혼과 같은 지속적 인간관계는 무엇보다도 지속적인 예입을 필요로 한다. 계속되는 실망은 과거에 저축했던 잔고를 소진한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고등학교 친구를 갑자기 만난 경우 당신은 이전에 해두었던 예입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것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상적으로 접촉하는 사람들과 구축하는 감정은행계좌는 좀 더 규칙적인 예입을 요구한다. 매일 하는 상호작용이나 우리에 대한 상대방의 오해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동인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예는 십대 청소년을 자녀로 둔 경우에 특히 그러하다. 당신이 십대 아들을 두고 있고 일상적인 대화가 다음과 같다고 하자. "네 방을 깨끗이 해라. 셔츠의 단추를 잘 잠가라. 라디오 소리를 줄여라. 이발을 해라. 쓰레기 버리는 것을 잊지 마라." 이러한 대화만이 오갈 경우 인출은 이미 비축 잔고를 훨씬 초과하여 적자 잔고가 되게 마련이다.

자, 이제 그 아들이 자기 인생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결정을 하려고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때 아들은 당신에 대한 신뢰수준이 너무나 낮고 의사소통의 통로가 거의 막혀 있을 뿐만 아니라 기계적이고 마음에 안 드는 대화뿐이기 때문에 당신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을 것이다. 부모인 당신은 그를 도울 지혜와 지식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당신의 감정은행계좌에 잔고가 없기 때문에 자녀는 장기적으로 보아 많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르는 단기적이고 감정적인 관섬에서 의사결정을 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상의할 수 있으려면 아들과의 감정은행계좌에 상당한 잔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만약 당신이 아들과의 관계에 예입을 시작하기로 했다면 어떻게 해야 되겠는가? 아마 약간의 친절을 베풀 수도 있을 것이다. 아들의 취미가 스케이트보드 타기라면 이에 관련된 잡지를 사다 줄 수도 있고 그가 어떤 일을 할 때 뭐 도와줄 것이 없는가 물어볼 수도 있다. 그 밖에 아이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가든가 아이스크림을 사 줄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예입은 아들이 말을 할 때 미리 판단해서 충고하지 말고 아들이 하는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단지 경청하고 이해하도록 노력하라. 당신이 관심을 가진다는 것과 아들을 한 사람의 인격체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느끼게 하라.

당신 아들은 처음에는 아무 반응이 없을지 모른다. 오히려 아버지에 대해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아빠가 오늘은 이상한데? 엄마는 도대체 나에게 무슨 수법을 써 보려고 이러는 것일까?" 그러나 당신이 진심에서 우러난 예입을 계속하면 신뢰가 싹트기 시작한다. 이렇게 되면 적자 잔고가 점차 줄어든다.

응급처치식 접근법은 허망한 신기루임을 명심하라. 인간관계를 구축하고 회복시키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만약 아들의 무응답이나 배은망덕한 행동에 다음과 같이 참을성을 잃고 화를 낸다면 감정은행계좌에서 막대한 인출이 생길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공들인 것이 쓸모 없게 될 것이다. "우리는 너를 위해 온갖 노력과 희생을 다 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은혜를 모를 수 있니? 우리는 너에게 잘해 주려고 노력했는데 너는 이처럼 행동하는구나. 나는 도무지 너를 이해할 수 없구나!"

인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적 성품이 주도적이 되어야 하고 자신이 가진 영향력의 원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꽃마누에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하며 '뿌리가 잘 자라고 있나를 보기 위해 꽃나무를 뽑는 행위' 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이처럼 응급처치식 인간관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인간관계의 정립과 회복에는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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