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25년 동안 기업체, 대학 그리고 결혼 및 가족 관계에서 사람들을 도와주는 컨설팅 분야의 일을 해왔다. 그 과정에서 외적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성공을 거두었지만 고독감, 비 효과성, 내적 조화의 결핍, 다른 사람과의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에 대한 갈망 등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수없이 보아 왔다. 그들이 내게 말해 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내용일 것이다.
나는 현 직장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결국에는 달성했다. 그리고 지금 종사하고 있는 전문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그 대가로 개인적인 삶과 가정생활을 희생해야 했다. 나는 더 이상 아내와 자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심지어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하며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제 나는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도대체 직장에서의 출세가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나는 새로운 방식의 다이어트를 또 시작했다. 올해 들어 벌써 다섯 번째다. 나는 체중이 너무 많이 나가 정말이지 살을 빼고 싶다. 그래서 체중을 줄이는 것과 관계되는 새로운 정보를 모두 입수하고 목표를 정하고 적극적인 태도를 지니기로 마음을 고쳐먹고 '나는 할 수 있다'고 거듭 다짐한다. 그러나 그게 잘 안된다. 몇 주만 지나면 또 실패하고 만다. 나는 자신과의 약속도 잘 지켜나갈 수 없는 의지가 부족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관리 능력 향상을 위한 연수 과정에 여러 번 참가했다. 나는 우리 직원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고, 또 그들을 친절하고 공정하게 대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들의 애사심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만약 내가 아파서 하루라도 집에서 쉬고 출근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이들은 대부분의 근무 시간 동안 잡담이나 수다를 떨면서 보낼 것이다. 왜 나는 우리 직원들이 보다 자립적이고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지 못할까? 아니면 그런 자질을 갖춘 직원을 왜 찾아내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 아들은 반항적이고 약물에 중독된 십 대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내 말을 통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도대체 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할 일은 너무나 많은데 시간은 충분치 못하다. 나는 온종일, 매일매일, 그리고 일주일 내내 압박감과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동안 시간 관리 세미나에도 참석해 보았고 대여섯 가지나 되는 시간 관리 시스템도 이용해 보았다. 물론 이것들이 약간의 도움이 되긴 했지만 나는 아직도 내 생활이 내가 원하는 만큼 행복하고 생산적이고 평화스럽다고 느끼지 못하고 있다.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노동의 가치를 가르쳐 주고 싶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뭘 좀 시키려면 일거수일투족을 감독해야 하고 잔소리를 늘어놓아야 한다. 차라리 내가 일을 해 버리는 것이 더 쉽다. 왜 아이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스스로 처리하지 못할까?
나는 정말이지 바쁘다. 그러나 때때로 현재 하는 일이 장기적으로 보아 도대체 어떤 성과를 낼 것인지 의구심이 일곤 한다. 나는 진정으로 내 인생이 의미 있기를 바라고 나로 인해 내 주변이 뭔가 달라지기를 바란다.
나는 친구나 친척들이 성공하고 인정을 받는 것을 보면 웃으면서 축하도 해준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질투 비슷한 착잡한 심경을 누를 길이 없다. 도대체 나는 왜 그렇게 느낄까?
나는 다른 사람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들과의 상호작용에서 최종 결과는 내가 통제하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경우 나는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해결방안을 따르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한 내가 제안하는 아이디어야말로 모든 사람에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느낀다. 그러나 왠지 마음이 편치 못하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와 내 아이디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늘 궁금하다.
우리의 결혼생활은 이제 권태기에 들어섰다. 더 이상 서로 다투지도 않고 서로에 대한 애정도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우리 부부는 함께 상담받기도 하고 여러 가지 다른 시도도 해 봤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에 가졌던 사랑의 감정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상과 같은 내용들은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문제이다.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단번에 효과를 보는 응급처치 식 방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몇 년 전, 나와 아내 샌드라 역시 이런 종류의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당시 우리 아들 중 하나는 학교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 아이는 학교 성적이 신통치 못했다. 시험을 볼 때 문제의 지시사항조차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험 성적이 좋을 리 없었다. 게다가 그 애는 사회적으로도 미숙했기 때문에 가족들이 종종 부끄러움을 느꼈다. 신체적으로는 키가 작고 깡마른 데다 운동신경도 발달하지 못해 야구를 할 때는 공이 날아오기도 전에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댔다. 그 애는 늘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곤 했다. 아내와 나는 아이를 돕고 싶은 마음으로 노심초사했다. 만약 '성공'이 인생의 모든 분야에서 중요한 것이라면 부모 역할에서의 성공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다. 따라서 우리는 그 아이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행동을 바꿈으로써 아이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우리는 아이가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자, 얘야! 너는 할 수 있다! 너는 해낼 능력이 있다. 손을 조금 위로 올려 야구방망이를 잡고 공을 똑바로 지켜보아라. 공이 가까이 오기 전에 방망이를 휘둘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아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계속해서 격려해 주었다. "그래, 장하다. 그대로 계속 밀고 나가라." 그 애가 야구 경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웃을 때마다 우리는 그들을 나무랐다. "우리 애 일에 관심 갖지 마세요. 간섭하지 말라고요. 그 애는 이제 막 배우는 참이에요." 그러면 우리 아들은 울음을 터뜨리면서 자기는 결코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며 야구 경기를 하기 싫다고 떼를 썼다.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애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정말로 걱정이 되었다. 우리의 노력이 오히려 아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그 애를 격려해 주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고자 했으나 실패를 거듭했다. 그래서 우리는 몇 걸음 물러나서 다른 차원에서 이 문제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이즈음 나는 전국의 여러 회사를 대상으로 한 리더십 프로그램에 컨설턴트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는 IBM 고급 경영자 연수 과정이었다. 이 과정은 임원들을 대상으로 격월로 실시되었으며 커뮤니케이션과 지각에 관한 주제를 중심으로 한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이 과정에서 다룰 내용을 연구하고 조사하면서 지각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었다. 지각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사물을 볼 때 지각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나아가 우리가 보는 방식이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등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나는 동기유발에 있어서 기대이론, 자기 달 성적예언, 즉 '피그말리온' 효과를 공부하게 되었고 우리의 지각이 자신과 타인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즉 우리에게 보이는 세상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어떤 렌즈를 통하여 보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렌즈 자체가 세상에 대한 우리의 해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나는 IBM에서 가르치는 개념들과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무면서 우리가 그 애를 실제대로 보지 않고 렌즈를 통해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우리는 그가 근본적으로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남들보다 뒤처져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이러한 태도와 행동을 가지고 있는 한 아무리 노력해 봤자 별 효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었다. 왜냐하면 우리가 하는 긍정적인 말과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 애에게 실제로 전달된 내용은 "너는 능력이 없으니 보호받아야 한다."는 부정적인 자성예언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 상황을 변화시키기를 원한다면 우리 자신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나아가 우리 자신을 효과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의 인식을 바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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